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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구운몽 / 많은 여자와 얽히는 내용은 효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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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읽기 전 참고 사항​​​​

​​​​- 개인적인 후기일 뿐,

독서 전 반드시 참고할 건 아니니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구운몽

지은이 : 김만중

옮긴이 : 송성욱

펴낸 곳 : 민음사

펴낸 날 : 2009년 01월 20일

(1쇄 2003년 01월 25일)

상서가 대병 이십만을 모아 택일하여 군기에 제사 지내고 떠나니, 병법은 육도를 따랐고 진세는 팔괘를 벌렸으니 정숙하고 호령이 엄명하더라. 도적 파하기를 대나무 때리듯 하니 몇 달 사이에 도적에게 빼앗겼던 고을 이십여 성을 회복하였다. 군이 계속 행하여 적석산 아래에 진을 쳤는데, 갑자기 앞에서 회오리바람이 다 일어나고 까마귀 울며 진을 뚫고 가거늘 상서가 말 위에서 점을 치고 왈, “목전에 적국 사람이 내 진을 엄습하지만 결국은 좋은 일이 있으리로다."

하고 군을 머물게 하여 산 아래에 진치고 사방에 녹각과 질려를 깔고 삼군을 경계하여 잠자지 말고 방비를 엄하게 하라 하더라.

이날 밤에 상서가 장막 안에 앉아 촛불을 밝히고 병서를 보더니 진 밖에서 순찰하는 소리를 들으니 막 삼경이 되었라. 갑자기 한 줄기 찬 바람이 불어 촛불을 끄고 서늘한 기운이 다가오더니 한 여자가 공중에서 내려왔는데 서리 같은 비수가 손에 들려 있더라.

115p 권지이

 

 

양소유가 백룡담에서 대승을 이끄는 장면은 이 단락이 끝이다. 읽다보면 “이게 무슨 소설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물에 대한 묘사나 상황에 대한 설명은 그 비중이 적다. 오로지 양소유가 여러 여성을 만나는 이야기 뿐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는 한 남자의 행복하고 과분한 연애사가 담긴 연애소설 같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8명의 여인을 만나는 이야기가 흔한 일은 아니니 말이다. 읽다보면 당황스러운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이 일은 너의 종신대사니 애초에 너와 의논하고자 하였느니라. 양 상서의 풍류와 문장은 조정 신하 중에 비할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퉁소 한 곡조로 인연을 정한 지 오래되었으니 결단코 양 씨 집안을 버리고 다른 집안과 혼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상서가 정 씨 여자와 평범하게 혼인을 의논한 것이 아니라 정분이 깊어 서로 버리지 못하는 듯하니 이 일이 극히 난처한지라. 내 생각에는 상서가 돌아온 후 너와 혼인을 하게 하고 정 씨 여자를 첩으로 맞아들이게 하면 다른 말이 없을 듯한데 다만 네가 원하지 않을까 하노라." 공주가 대답하되,

"소녀 인생 투기를 알지 못하니 어찌 정 씨 여자를 용납하지 못하리이까? 다만 양 상서가 처음에는 아내로 맞이하였다가 나중에 첩으로 취함이 예에 어긋난 듯하옵니다. 또 정 사도는 여러 대에 걸친 재상의 집이니 그 말을 집으로 보내는 것을 원하지 않을 듯아니 이 일은 마땅하지 않을까 하나이다."

태후께서 대답하시되,

"이것도 마땅하지 않으면 네 생각에는 이떻게 하고자 하느뇨?”

공주가 대답하되,

"옛날 제후는 세 명의 부인이 있었으니 양 상시가 공을 세우고 돌아오면 잘되면 왕이 되고 못되어도 제후라. 두 명의 부인을 두는 것이 외람되지 않은 듯 하니 정 씨 여자도 처로 삼는 것이 어떠하니이까?”

태후께서 이르시되

“이는 불가하다. 같은 여염의 여자라면 함께 처가 되는 것이 해롭지 않지만 너는 선제께서 끼리신 몸이라. 하물며 성상이 사랑하시는 누이니 몸이 가볍지 아니하다. 어찌 여염의 초라한 여자와 함께 비교하리오?"

공주가 말하되,

"소녀 또한 소녀의 몸이 귀중한 줄 알지만 옛날 성스럽고 밝은 제왕들이 어진 사람을 공경하여 필부도 벗으로 삼았습니다. 소리가 들건대 정 씨 여자는 용모와 재주와 덕행을 두루 갖추어 옛사람보다 못하지 않다고 하옵니다. 진실로 그러할진대 정 씨 여자와 비견함에 무슨 거리낌이 있으리이까? 그렇지만 소문과 실상은 같지 않을 수 있사옵니다. 소녀의 생각에는 아무 길로나 정 씨 여자를 만나보아 용모와 재덕이 소녀 보다 나으면 마땅히 종신토록 우러러 섬기려니와 만일 실상이 소문과 다르다면 첩으로 삼으나 종으로 삼으나 임의대로 처치하소서."

태후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감탄하며 이르시되,

"여자의 상정”은 남의 재주를 시기하는 것이거늘 너 는 남의 재주를 사랑하니 가히 아름답도다. 너의 재덕은 옛사람보다 낫도다. 나 또한 정 씨 여자를 한번 보고자 하나니 내일 정녀를 불러보리라." 공주가 말하되,

"낭랑의 명이실지라도 정녀 분명히 병이 있다 하고 오지 않을 것이니, 소녀의 소견에는 모든 도관과 비구니들에게 은밀히 명을 내려 정 사도의 딸이 분향하러 갈 때를 미리 알면 한번 보기 어렵지 않을까 하나이다."

136-137p 권지삼, 양 원수, 여기를 얻어 선가의 문을 두드리고 공주는 미복으로 규수를 방문하다.

 

 

난양공주를 양 소유와 혼인시키려는 태후. 이미 그에겐 정 사도의 딸인 정경패와 각별한 사이였고, 정경패와 멀어지게 할 수는 없어 고민한다. 난양공주는 정경패의 소문을 이야기 하며 직접 확인해보고 괜찮다면 함께 살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다. 현대의 시선에서 보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됨됨이만 괜찮다면 다른 부인과 함께 살아도 괜찮다는 것이 쉬이 이해하기 어렵다.

대체적으로 여성은 질투가 많다. 남자와 다른 점이다. 남자에게 질투는 없다. 오로지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도전하거나 포기하는 것.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하면 포기한다. 여자는 아니다. 그 점에서 "여자의 상정”은 남의 재주를 시기하는 것이거늘 너는 남의 재주를 사랑하니 가히 아름답도다. 태후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시기하는 선택이 아닌 타협을 본다는 건 양 소유의 인물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유추할 수 있다.

 

태후께서 이르시되,

"네 말이 옳거니와 처도 아니 되고 첩도 아니 된다 하면 오직 여아의 혼사를 다른 집과 의논해야 할 듯하다. 그러나 여아와 양 상서는 하늘이 정한 인연이니 어찌 천명을 거역하리오?"

이에 퉁소 곡조로 인연을 정하던 말을 하시자 정 소저가 왈,

"첩이 어찌 다른 걱정이 있으리이까? 첩의 부모가 아들이 없고 첩 또한 형제가 없으니 천명을 순순히 따라 부모를 끝까지 모시는 것이 어찌 사람된 자의 바람이 아니리이까?"

태후께서 웃으며 왈,

"너의 효성이 비록 그렇지만 내 어찌 차마 한 여인의 혼삿길을 망치리오? 하물며 너의 용모가 이러하고 덕행과 학식과 언변이 출중하니 양 상서가 버리고 어찌 다른 이자를 구하리오? 그렇다면 너의 인연과 어아의 혼사가 모두 잘못될지라.

내 원래 두 딸을 두었더니 난양의 형이 스물에 죽는 바람에 난양의 고적함을 항상 걱정했다. 이제 너의 용모와 재주가 사뭇 난양의 형제이니 내 두 딸을 본 듯하여 이제 너를 양녀로 삼고 상께 고하여 위호를 정할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첫째는 내가 너를 사랑하는 뜻을 표하는 것이고, 둘째는 난양이 너를 가까이 생각하는 뜻을 이루게 하고, 셋째는 여아와 함께 양 상서를 섬김에 난처한 일이 없을 것이라. 너의 생각은 어떠하뇨?"

소저가 머리를 조아리고 왈,

"하교가 이러하시니 신첩의 복이 달아날까 하나니 오직 성교 거두시기를 바라나이다."

태후께서 말하시되,

"내 이제 황제께 의논할 것이니 구태여 사양하지 마라." 하시고 난양공주를 불러 소저를 보라 하시니 공주가 위의와 장복을 갖추고 나오거늘 태후께서 왈,

"정녀와 형제 되기를 원하더니 이제는 정말 형제가 되었으니 너의 뜻에 어떠하뇨?”

하시고 정 소저를 양녀로 삼겠다는 뜻을 말하시자 공주가 왈,

"낭랑께서 처분하신 일이 지극히 마땅하시도소이다."

153-154p 권지삼, 두 미인이 손을 잡아 같은 수레를 타고 장신궁에서 일곱 걸음 만에 시를 짓다.

 

 

태후는 정경패를 양녀로 삼는다. 직접 얼굴을 보니 뛰어난 인물이라 보여져 자신의 딸인 난양공주와 함께 혼인을 해도 된다고 보았다. “영양공주”라는 이름으로 양녀가 된 정경패.

음악에 조예가 깊고 미모가 뛰어나다고 소문이 난 인물이다. 다른 인물과 다르게 인복이 좋다. 가춘운이란 소꿉친구인 시종이 정경패를 따라와 함께 결혼한다. 또 이소화(난양공주)는 그녀를 보고 내 언니가 되어도 좋다며 반긴다.

구운몽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나는 도저히 무엇을 말하려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많은 여자가 꼬이는 인생은 다복한 것으로 비춰졌다. 김만중은 효를 위해서 이런 내용을 쓴 것이 아닐까 싶다.

효심이 깊었던 김만중, 아무래도 문인이기 때문에 전투에 대해서 잘 몰랐던 듯 싶다. 전투장면은 한 문단으로 끝이나며 전부 인물에 대한 묘사나 상황 설명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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