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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 국가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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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읽기 전 참고 사항​​​​

​​​​- 개인적인 후기일 뿐,

독서 전 반드시 참고할 건 아니니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지은이 : 강상중

옮긴이 : 노수경

펴낸 곳 : 사계절

펴낸 날 : 2020년 06월 12일

패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작가 오사라기 지로는 영국인 지인에게서 "왜 일본인은 부랑아를 그냥 보고 있느냐" 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는 경제 사정 때문이라고 대답했 지만, 솔직한 답이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일본인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애정이 샘솟는 바닥이 얕기" (존 다우어 john Dower)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타인에 대한 애정 부족이 어린 희생자를 낳고 있다.

왜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라는 일본에서 아동 7명 중의 1명이 빈곤에 처해 있는 것일까. 그 배경에 빈곤을 낳는 풍요가 자리 잡고 있다. 풍요는 어린이와 한부모가정 같은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풍요는 극단적인 부의 쏠림을 초래하며 거대한 격차를 낳는다. 여기에서는 오직 부로서만 부를 재생산할 수 있다.

2. 빈곤과 격차의 미래, 패망의 발전 - 풍요 속의 어린 희생자, 극단의 시대 41p

전쟁과 풍요는 사전적으로 바라볼 때 반의어 관계 같지만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쟁 끝에 인간은 풍요를 맞이해요. 로마제국도 그렇게 탄생했고, 진나라도 그랬죠.

지성에서 영성으로 포스팅 中..

 

전쟁과 빈곤은 연관성이 있는 사이입니다. 풍요와 빈곤은 상반관계입니다. 하지만 전쟁과 빈곤 그리고 풍요를 연결하면 시간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전쟁은 빈곤을 낳지만 다시 풍요로 바뀌게 됩니다. 로마제국도 전쟁 끝에 제국으로 탄생시켰고, 진나라도 춘추 전국시대를 통합하고 등장했습니다. 일본도 막부시대를 청산하고 일본이라는 통합국가가 출범했죠.

국가가 탄생하게 되면 안정이 찾아오고 풍요가 발생합니다. 각각의 단어로만 보면 분명 반의어 같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시대의 흐름에 대입하면 연관성이 생겨납니다.

일본은 한국전쟁(6.25)을 통해 급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전쟁물자를 공급해주는 역할로 또 미국의 전초기지를 제공함으로 국내 소비와 수출 모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증가한 결과는 풍요를 낳았지만 빈곤을 만들어냈습니다. 사회복지라는 사각지대가 있었던 것이죠. 경제가 성장할수록 영아 사망률은 급격히 감소하며 빈곤에서도 벗어나게 됩니다. 통계가 그걸 증명합니다.

1997년, 인도의 극빈층은 20년 뒤 2017년이 되어서 그 비중이 12%로 줄었습니다. 약 2억 7000만 명이 극빈층에서 벗어났습니다. 2천억 달러도 채 되지 않던 90년대 인도의 GDP는 2022년 3조 5천억 달러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어떠합니까? 풍요로운 나라로 평가받는 21세기의 일본이지만 아동빈곤률이 7명 당 1명으로 약 14%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 점을 꼬집고 있어요.

 

 

한신 • 아와지 대지진이 전하는 교훈은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공조의 한계이다. 재해는 행정과 공적 기관뿐 아니라 NGO(비정부조직)와 NPO(비영리조직),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라는 시민사회의 역량도 시험한다. 더 나아가 지역 주민 한 사람 한 사람과 그들로 구성된 커뮤니티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국가와 행정이 스스로 역할을 축소시키고 책임을 지자체와 지역, 시민사회에 전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가와 행정은 피해 지역 주민의 불행을 가능한 한 줄이고 지역과 주민이 창조적 부흥을 향해 가는 데 필요한 재정, 서비스, 인적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현실에 맞게 법제도를 정비하고 지속적으로 섬세한 지원을 이어갈 의무가 있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의 교훈이 동일본 대지진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한다면, 사회의 희소 자원, 재정, 서비스 등을 어디에 투여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정치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다시 말해서 대지진을 겪은 커뮤니티와 지역,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시민의 삶,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원과 재화를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는 일 말이다.

일본의 방위비는 해마다 치솟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수조차 완전히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한다. 제한된 가치가 제대로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잘못된 정치는 지역과 시민의 활력을 갉아먹고 지역의 힘을 감퇴시킬 것이다. 대지진을 비롯한 천재지변은 가치의 권위적 배분에 관련된 일본 정치의 존재 방식에 관하여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4. 천재지변이라는 숙명, 커뮤니티가 주인공 -마음을 갉아먹는 거대한 이물질, 가치의 권위적 배분 82-83p

패전국가로 군대를 소유할 수 없는 일본. 그럼에도 국방력은 세계 최강으로 불린다. 지난 2013년 일본 방위백서에 중국에 대한 표현을 “적”으로 변경하며 2015년 방위비는 엄청난 규모로 책정*되었다. 그 금액의 대부분은 해군과 공군의 장비 현대화에 사용되었다. 미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를 구입하는데에도 사용됐다. 시진핑의 집권 이후 그의 정책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었다.

2013년 시진핑 집권 당시에도 일본은 방위비를 증액했다. 11년 만에 예산 확대편성이었다.

*5조엔에 살짝 못 미치는 4조 9800억엔 한화 약 49조원이다.

아베의 장기집권으로 일본은 “전쟁 가능한 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밑작업을 진행했다. 일본의 민족 특성 상 내부 분열은 당연한 일이며 이를 잠재우기 위해 전쟁이란 악수를 둘 확률이 높다.

막부시대를 정리하고 통합국가로 등장해 조선을 침략했던 일, 약 400년이 지나고 다시 개화 전의 조선을 찾아왔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삼켰다. 미국에게 한방 맞고서야 정신차렸다.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던 시절을 겪고서 신중해졌다.

그러나 발톱을 숨긴 일본. 6.25전쟁 덕분에 큰 돈을 만지고 세계 각국에 땅을 사기 시작했다.

지진과 해일이 잦은 특성 탓에 국가는 방위비에만 신경쓰면 안 된다. 복구 피해는 국가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가의 선택에 따라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근대 일본은 어떤 차별을 만들어왔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건강(신체)과 질병(특히 지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의 사회사를 분석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도 우리의 차별 의식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 문이다. 특히 한센병과 지적장애는 현대까지 이어진 사회적 차별 가운데 가장 극단적이며 심각한 유형을 잉태했다.

질병이 의학과 병리학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는 순간, 도덕주의적 징벌성이 부여된다. 질병은 타락, 퇴폐, 무질서, 나약함 등과 동일시되며, 그 자체로 은유가 되어 평범한 이들의 일상에 침투한다(수전 손택 susan sontag). 한센병 환자들은 '얼굴의 무너짐'이 '인격의 무너짐' 때문이라고 오해받고 역겨운 대상으로 전락했다.

10. 차별이라는 이름의 병, 유용성을 선별하는 시선-일등국가 강박증, 나병이라는 은유 157p

나병(한센병)에 대한 차별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소록도에서 삶을 보내야만 했던 지난 날을 떠올려보면 이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그렇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향해 화풀이를 하기도 했고, 매번 확진자 정보와 동선이 공개되면서 관련 없는 영업장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확진자 동선을 보며 유린하기도 했다. 방문한 곳이 적으면 적다고 놀렸고, 많으면 많다고 욕을 했다. 각종 커뮤니티 및 댓글에서 그런 말들이 서슴없이 나돌곤 했다.

자이니치在日란 무엇인가? 자이니치란 누구를 가리키는가? 자이니치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来稀라 일컬어지는 나이에 가까워지는 지금, 나는 이 질문 앞에 다시 섰다. 해방 후 70년간 자이니치의 세대 교체가 진행되면서 '자이니 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의미가 변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외국인등록증명서"이다. 단 한순간도 몸에서 떼놓을 수 없는,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는 서류. 운전면허증 같은 크기의 작은 등록증명서. 시대에 따라 형태와 크기는 달랐지만 국가에 나의 지문을 제출한 날 이후 나는 항상 이것을 몸에 지니고 있다.

카드의 왼쪽에는 나의 한국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거주지, 세대주가 적혀 있다. 오른쪽에는 등록번호, 국적, 본적, 여권 번호, 재류 자격(특별영주) 등이 기록되어 있다. 신기한 것은 상륙 허가와 재류 기한이 별표(*)로 표시되어 사실상 지워져 있다는 점이다.

13.자이니치라는 물방울, 전후 73년 그리고 메이지 150년, 자이니치란 무엇인가 194p

이민한 자는 절대 일본인일 수 없다. 귀화할 자격도 없다. 국가가 철저히 이방인으로 그들을 분류한다. 그 증표를 소지하고 다니게 하니 말 다했다.

집단보다 개인의식이 강한 일본. 다른 지역 사람보다 같은 지역 사람을 더 가까이 느낀다. 같은 동 사람이면 더더욱 가깝게 느낀다. 확대되면 철저히 배척된다. 국가단위로 보게 되면 같은 국민이 우선이고, 다음으로는 미국과 서양인들이다. 그뒤로 이웃나라 순이 된다.

일본에 거주하며 경제 활동을 하지만, 정작 국민이 될 수 없는 현실. 그 기회조차 없다는 건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덩치가 커진 국가는 누구의 덕일까. 거주하는 국민 덕이다. 하지만 국가는 보란듯이 국민을 배신했다. 한센병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방위비 증액에 몰두해 복구 피해에 대한 사회의식 함양에는 소홀했다. 심지어 재외국인은 철저히 분리했다. 일본인으로서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징병제만 보아도 안다. 그렇게 국가를 욕하고 현실에 대해 비난 수준으로 이야기를 해도 전역하고 나면 입대를 앞둔 사람을 향해 심하게 놀린다. 마치 기혼자도 미혼자에게 “결혼하지 마라”라며.

국가는 해준게 없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징병제도와 나이에 따른 어른들의 인생간섭. 개선되지 못하는 사회의식과 현실은 일본과 크게 다를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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