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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지우개 달린 연필 : 창조 / 생각과 생각을 잇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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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읽기 전 참고 사항​​​​

​​​​- 개인적인 후기일 뿐,

독서 전 반드시 참고할 건 아니니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지우개 달린 연필

: 창조

지은이 : 이어령

그린이 : 강석현

펴낸 곳 : 시공미디어

펴낸 날 : 2012-12-21

이라크 북쪽 샤니다르(Shanidar) 동굴에서

수만 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이 발굴되었습니다.

그 옛날 원숭이와 다름없었던 그들이

죽은 자를 위해 무덤을 썼던 것이지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그 무덤 속에서 꽃가루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 근처에서는 피지 않는 꽃

아주 먼 곳에 가야만 따 올 수 있는 그런 꽃이라 했습니다.

대체 어느 짐승이, 어느 원숭이가 죽은 자의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아름다운 꽃을 뿌릴 줄 알았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입니다.

꽃을 아는 원숭이가

슬픔과 기쁨을 꽃으로 노래할 줄 아는 원숭이가

인간이 된 것이지요.

황홀한 눈으로 꽃을 바라보았을 때

그 향기로 숨을 쉬었을 때 비로소 그 짐승의 가슴에는 인간의 피가 흘렀던 것입니다.

3.아름다움의 힘 34-37p

 

 

이 책은 어른이를 위한 책이다. 그림책임에도 내용은 동화적이기 보다 철학적 성향이 강하고 문체도 “이어령” 답다. 때문에 어린이가 읽는 것보다는 아직 책을 읽기 두려운 어른이 읽는 것을 강하게 추천한다. 금방 읽는다. 길어야 30분이다. 다만, 생각할 거리는 많아진다.

그의 다른 저서인 “지성과 영성의 만남”*에서 종교의 시작을 3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에서 발견된 꽃을 근거로 들어, 아주 오래된 인간의 문화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그의 다른 저서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만큼 그에겐 꽃무덤이 철학적으로 생각할 것이 많았다고 볼 수 있겠다.

다른 저서에 등장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세상에 어떤 원숭이가 죽으면 매장합니까? 죽으면 그만이에요. 그런데 죽고 난 뒤 슬픔이 남고 나도 저처럼 죽는다는 걸 알면서, 정말 생명과 죽음이 함께 있음을 깨닫고는 죽은 자를 매장했다는 거지요. 인간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은 매장하는 것을 보면 알아요. 죽은 자를 그냥 내버리지 않고 흙을 파서 거기에 묻고 물고 장례식을 지내 줬다는 것. 그 장례 의식. 그 무덤에서 꽃이 나 왔습니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꽃들과는 다른 꽃이 먼 곳에 있는 꽃을 뜯어와 무덤에 심었다는 말이죠. 그 꽃만이 영혼을 달래는 데 효험이 있다고 봤겠죠. 꽃이라는 것은 분명 먹는 게 아니죠. 실생활에는 불필요한 거예요. 그런데 거기에는 향기가 있고 인간을 기쁘게 하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지성과 영성의 만남 / 홍성사 / 2012

8강 종교 보이는 것 vs 보이지 않는 것 297p

[•••]

30만 년 전 네안데르탈 꽃무덤이

성이 되었네

한국의 강한 성 아름다운 성

화성이 되었네.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열림원 / 4장 내일은 없어도 아름다움이 힘이니라 130-131p

인간은 장례식을 올리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하지요. 네안데르탈인이 원숭이가 아니라 인류 편에 속하는 것은 바로 들의 무덤에서 꽃가루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지요. 어느 원숭이가 매장을 하고 꽃으로 장례를 올리겠어요.

메멘토 모리 / 열림원 / 70p…

 

이라크 북쪽 샤니다르(Shanidar) 동굴에서

수만 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이 발굴되었습니다.

그 옛날 원숭이와 다름없었던 그들이

죽은 자를 위해 무덤을 썼던 것이지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그 무덤 속에서 꽃가루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 근처에서는 피지 않는 꽃

아주 먼 곳에 가야만 딸 수 있는 그런 꽃이라 했습니다.

대체 어느 짐승이, 어느 원숭이가

죽은 자의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아름다운 꽃을 뿌릴 줄 알았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입니다.

꽃을 아는 원숭이가

슬픔과 기쁨을 꽃으로 노래할 줄 아는 원숭이가

인간이 된 것이지요.

황홀한 눈으로 꽃을 바라보았을 때

그 향기로 숨을 쉬었을 때

비로소 그 짐승의 가슴에는

인간의 피가 흘렀던 것입니다.

꽃의 아름다움이

발톱이나 이빨보다

더 강한 힘을 주었습니다.

짧은 이야기, 긴 생각 / 시공미디어 / 177-178p 3 작은 생각 큰 마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말입니다.

처음 세인트 도밍고 섬에 상륙했을 때 말입니다.

맨 먼저 본 것은 하늘을 나는 종달새.

어찌나 예쁘게 울던지 말입니다.

그래서 콜럼버스가 글을 남기기를 말입니다.

스페인의 어떤 종달새도

저렇게 울지는 못할 것이라고

감탄했다는데 말입니다.

훗날 사람들이 그 섬에 와 보니 말입니다.

그 땅에는 종달새가 살지 않는 곳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콜럼버스가 본 새는 스페인에는 없는 신대륙에만 있는 새였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골럼버스가 아무리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어도

새로운 새소리를 종달새 소리로 들었다면 말입니다.

그건 신대룩을 발견하고도

신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아직도 아메리카 대륙은 발견된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신대륙이 없듯이 21세기도 없다고 말입니다.

그런 말이 참말이냐고

콜럼버스에게 물어야만 하는데 말입니다.

6.콜럼버스의 종달새 60-62p

 

 

신대륙은 없다.하지만, 유럽중심사회였던 17세기 후반은 아메리카 대륙은 신기한 곳이었다. 그때 들었던 새소리를 본국에 있는 종달새라고 생각한 건 미지의 땅이었던 곳에서 적응하려 했던 콜럼버스의 불안에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인도 방문을 목적으로 했기에, 자신이 도착한 곳은 인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으니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을 거다.

또한 원주민들을 향해 인디언이라고 말했으니 그의 내적 불안이 반영되었던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그것이 과연 신대륙일까? 사실 인도는 새로운 땅이 아니고 알고 있던 곳인데 말이다.

낯선 것을 낯선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차를 몰 때 지피에스(GPS)를 사용하시나요.

그 편리함은 몇십 년 전만 해도 쓸모없다고 여겼던

아인슈타인의 우주과학 이론 덕분입니다.

당장 필요한 것만 찾아다니는 사람보다는

일 자체가 좋아서 일에 몰두해 가는 사람,

그것이 창조인입니다.

11. 패러데이의 법칙 109p

 

 

지금 당장 쓸모 없는 것처럼 보여도 어떻게든 쓰일 일이 올 거다. 전화도 그랬고, 강철의 등장도 그랬다. 쓸 일이 있을까? 싶던 것들이 전세계가 사용하고 있다. 강철의 등장으로 철도가 확장할 수 있었고 자급자족하던 지역별 생활 양식은 전국으로 규모가 확대되었다.

즐기면서 하다보면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이는 곧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의 시대는 사람이, 생명이 자본이 되는 시대가 아닐까요. 한국 사람들이 '자식 농사 잘 지었다'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말이죠. 저출산 문제는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심각합니다. 생명자본을 상실한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개인이 아닌 사회, 나아가 문명을 지키는 문제가 됐다고 봐요. 옛날에는 나무를 자르고 재단해야 자본이 되었어요. 지금은 죽이지 않고 나무라는 생명 자체가 훌륭한 자본이 되는 세상이지요. 아름다운 경치를 통해 감동을 주는 것 자체가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거예요. 생명을 우선순위에 놓으면 노동은 작업이 되고, 작업은 활동이 되고, 예술이 됩니다. 생명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는 거죠.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산다는 게 얼마나 우스워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고, 구걸을 해도 죽은 재상보다 나은 법이지요.

오늘날 산업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는 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어요.

마치 구멍 뚫린 배처럼 말이죠. 사람들은 그저 배에서 물을 퍼내거나. 아예 배를 버리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둘 다 대안이 될 수는 없어요. 물이 새는 구멍을 찾아서 막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생명의 가치라는 것은 일종의 보완재지요.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트랜스(Trans)하자는 것이지요. 산업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의 시스 을 어떻게 생명자본으로 만들어 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교육,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의 틀을 변화시키는 운동이 절실한 때이지요.

창조의 지팡이

생명이 자본이 되는 시대가 온다.

209p

 

 

생명자본주의, 이어령 선생이 영면에 접어들기 전까지의 생각을 대표하는 단어다. 눈물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며,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삶이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생명자본주의는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을 통해 우리는 공감하는 삶을 살다보면 자연스레 그 안에서 경제가 부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를 죽이면 목재가 되지만, 인간의 삶과 문화를 담아내면 명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야기란 생명을 불어넣으면 사람이 모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진다.

겨울연가 촬영지로 알려진 남이섬도 많은 사람이 방문하지 않는가. 드라마 촬영지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느끼러, 공감하기 위해 찾아간다.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

이어령의 눈물한방울 / 김영사 / 서문 중에서..

"‘눈물 한 방울’이 말을 마지막으로 이 시대에 남기고 싶어.”

이어령 80년 생각 / 위즈덤하우스 / 29-30p 책머리의 대화 80분에 담은 80년 생각, ‘눈물 한 방울을 마지막으로..‘

화가 파울 클레(Paul Klee)는 말했지요.

회색은 우주의 근원점이라고

회색은 검은색도 아니며 흰색도 아닙니다

동시에 흰색이며 검은색입니다.

좌우가 싸울 때 회색분자는

기회주의자로 지탄을 받지요.

그러나 모든 것이 통하고 융합하는

통합의 시대에는

회색은 기회주의자의 빛이 아니라

창조주의자의 빛이 됩니다.

회색 속에 담긴 무한한 변화의 씨앗

그 비밀을 찾아보세요.

24。회색의 비밀 214p

 

 

이어령 선생은 우리말이 그레이존처럼 양면성을 띄고 있기에 창조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여닫이, 미닫이, 승강기 등 대립되는 표현을 하나로 합치는 우리말을 보면서 생각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창의적인 발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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