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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젊음을 주체하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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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읽기 전 참고 사항​​​​

​​​​- 개인적인 후기일 뿐,

독서 전 반드시 참고할 건 아니니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세계문학전집 25

지은이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옮긴이 : 박찬기 번역

펴낸 곳 : 민음사

펴낸 날 : 1999년 03월 20일

난 여러 층의 사람들과 사귀었지만, 아직도 말상대가 될 만한 진정한 친구는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나의 어느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지, 잘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정답게 대해 준다. 그럴수록 나는 우리가 함께 가는 길이 너무나 짧고 얼마 안 가서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플 따름이다. 이 고장 사람들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다른 고장 사람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어디서나 다 마찬가지니까 말야.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약간 남아 돌아가는 자유 시간이라도 생기면, 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쓴단 말이다. 아아, 이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할 것인가!

1권 18p 5월 17일

 

베르테르는 지적 대화를 나눌만한 상대가 없었다. 나에게 좋아해주지만, 그것으로는 관계에서 오는 만족을 느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베르테르는 이런 답답한 감정을 편지에 담아 빌헬름에게 전한다.

인간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 행복감을 느낀다. 이때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이건 양쪽 뇌가 활발히 교류할 때 생성된다. 대화를 나눌 때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하기에 그렇다. 우울한 감정이 들다가도 일어나 두발로 걷기 시작하면 조금은 나아지는 것도 두뇌가 서로 교류하기 때문에 그렇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어요」 하고 나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기쁨, 슬픔, 괴로움 등 희로애락의 감정을 참는 데도 한도가 있는 법이고, 그 한도를 넘으면 당장에 파멸하고 말아요.」

따라서 이런 경우 어떤 사람이 강하다 약하다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일이건 육체적인 일이건 간에 자기의 고통의 한도를 견디어낼 수 있는가 없는가가 문제지요. 따라서 나는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을 비겁하다고 부르는 것은 마치 악성 열병에 걸러 죽어가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1권 80-81p 8월 10일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에서는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하다. 뇌의 신피질이 극도로 얇아진 상태이며 감정통제가 불가능하다. 호르몬이 불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에 이를 자의로 조절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자살을 하는 일이 마냥 비겁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이 내용을 서두에 미리 깔아둔다. 후반 전개를 위한 밑밥이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과연 변할 수 없는 것일까?

생생한 자연을 받아들이는 내 가슴에 넘치는 뜨거운 감정은, 그렇게도 풍부한 기쁨을 내 마음속에 넘쳐흐르게 하고, 주변 세계를 천국처럼 만들어주었건만, 이제는 그것이 내게 무자비한 박해자가 되고 나를 지독히도 괴롭히는 마귀로 변하여, 어디를 가든 나를 따라다니며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1권 8월 18일 85p

 

 

감정을 느끼는 건 인간에게 설렘을 준다. 시간이 흐르면 감정에 무뎌진다. 설렘이란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텔레스와 계약한 건 젊음 때문이었다. 젊음을 얻고자 했다. 젊음은 쾌락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빛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베르테르는 젊었다. 그래서 이런 감정의 폭풍에 휘말려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이 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인 것인가. 이는 파우스트 집필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든다.


나는 당신들의 결혼식 날짜가 언제가 될지 그 통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있소, 그날이 오면 내가 그린 로테의 실루엣을 엄숙하게 벽에서 떼어, 그것을 다른 서류 속에다 집어넣어 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요. 그런데, 이제 당신네들이 한 쌍의 부부가 되었는데, 로테의 그림은 아직도 그냥 벽에 걸려 있다오! 이제 그 실루엣을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걸어두기로 하겠소! 그래서 안 될 것도 없을 것이요. 그렇지, 나 역시 당신들 곁에 있는 것이오.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나는 로테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요. 그뿐만 아니라 나는 로테의 마음속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소. 나는 그 자리를 간직하려고 하며 또 간직해야만 되겠소. 만일 로테가 나를 잊어버리는 일이라도 있다면, 나는 미치고 말 것이오. 알베르트, 이런 생각 속에는 지옥이 도사리고 있소. 알베르트, 잘 있어요! 하늘의 천사여! 로테여, 부디 안녕!

2권 1772년 2월 20일115-116p

 

이게 무슨 미친소리인가. 로테의 두 번째 사람인 것을 왜 제멋대로 단정짓고 있는가. 베르테르는 로테에 대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상한 형태로 표출하고 있다.

로테와 알베르트는 약혼한 사이다. 베르테르는 법무 실습 차원에서 로테의 집을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로테의 아버지가 법무관이고 그의 밑에서 실무를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집을 드나들게 되면서 로테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유일한 친구였고, 그녀와 있으면 행복했다. 나를 정답게 대해주는 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던 사람은 없었다. 로테는 아니었다.

 

아, 이 공허! 내 가슴속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이 무서운 공허! 단 한 번만이라도, 정말 꼭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그녀 가슴에 안아볼 수만 있다면, 이 공허는 완전히 메워질 수 있으리라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렇다, 나에게는 명백해지고 있다. 점점 더 확실히 느껴진다. 인간 한 사람의 존재란 참으로 보잘것없는 것이다. 정말 보잘것이 없다. 어느 여자 친구 하나가 로테를 찾아왔다. 나는 옆 방으로 책을 가지러 갔다. 그러나 읽을 생각이 나지 않아서, 무 엇이든 써보려고 펜을 들었다. 두 사람이 나지막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누가 결혼을 한다든가, 누가 병을 앓고 중태에 빠졌다든가, 하는 하찮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

아아, 인간이란 이다지도 허무한 것인가, 자기의 존재를 참으로 확신할 수 있는 곳에서도, 자기의 존재를 정말로 깊이 새겨놓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 자기가 사랑하는 연인의 추억이나 마음속에서까지도 인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말이다!

2권 1772년 10월 19일 145-146p

로테로 인해 감정의 소용돌이에 묶여버린 베르테르. 허무주의에 빠져버린다. 사랑이 아니면 인간의 존재는 무의미한 것처럼 감정을 털어놓는다. 미치광이가 되기 일보직전의 상태에 놓인다.

빌헬름! 내가 자네에게 편지로 그의 이야기를 써 보냈던 남자, 행복하고도 불행한 그 남자는 로테의 아버지 밑에서 서기로 있었다. 그는 남몰래 로테를 사모하다가 마침내 사랑을 고백했고 그 때문에 파면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끝내는 미처버렸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마음이 얼마나 사로잡혔는지, 이 무미건조한 글로나마 정착해 주기 바란다. 알베르트는 아주 냉정하게 이 이야기를 나한테 들려주었다. 아마 자네도 그렇게 차분하게 이 글을 읽겠지.

2권 1773년 12월 1일 159p

산이의 “아는 사람 얘기”라는 노래처럼 자신의 상황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듯 빌헬름에게 편지를 썼다. 빌헬름에게 편지를 쓰는 건 베르테르의 유일한 감정 배출구였을 거다. 글로 적는 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아주 좋은 행위다.

생각이 떠오르면 감정이 뒤따라오고 이는 두뇌를 어지럽힌다. 글을 쓰는 행위로 뇌를 다른 방향으로 잠시 묶어둘 수 있다. 또, 감정을 글로 적음으로 일정부분 해소되기 때문에 베르테르가 종종 빌헬름에게 편지를 남겼던 건 그러고나면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기분이 들어서였을 거다.

베르테르의 심부름을 하는 시동아이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극도로 당황하였습니다. 시동아이는 알베르트에게 쪽지 하나를 전했는데, 알베르트는 태연하게 아내 쪽을 향해 「이 아이에게 권총을 내줘요」 하는 말을 하고 시동아이에게는 「여행중 안녕하시기를 바란다고 전해 다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로테에게는 번갯불을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는데 어찌된 셈인지 분간조차 못했습니다. 천천히 벽 쪽을 향하여 걸어가서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집어내렸는데, 먼지를 털고서도 머뭇거리기만 하였습니다. 만일 알베르트가 의아스러운 눈초리로 재촉하지 않았던들 오랜 시간 그녀는 망설이고만 있었을 것입니다. 로테는 한마디 말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그 불길한 무기를 시동아이에게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집에서 나가자, 일거리를 거두어 이루 말할 수 없이 불안해하며 자기 방으로 되돌아왔습니다.

[•••]

시동아이는 권총을 받아가지고 베르테르에게로 돌아왔습니다. 로테가 손수 내주더라는 이야기를 듣자, 베르테르는 자못 기쁜 듯이 그것을 받아들었습니다. 그는 빵과 포도주를 가져오게 하고 아이에게는 식사를 하라고 이른 다음 자신은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권총은 당신의 손을 거쳐서 왔습니다. 당신이 권총의 먼지를 털어주셨다고요. 당신이 직접 손을 대고 만졌던 권총이기에 나는 천 번이나 그것에다 키스를 했답니다. 그대, 하늘의 정령이시여! 당신은 나의 결심을 확고하게 해줍니다. 로테! 당신이 내게 무기를 내주었습니다. 나는 당신 손에서 죽음을 받기가 소원 이었는데, 아아, 이제 이렇게 받게 되었습니다. 오오, 나는 시동아이에게 꼬치꼬치 캐물어보았습니다. 당신은 권총을 내어주실 때, 떨고 계셨고, 잘가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슬픕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잘 가란 말 한마디 하지 않다니!

2권 204-205p

알베르트에게 권총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쓴 베르테르. 결국 자신의 감정을 정제하지 못했다. 시동아이를 시켜 편지를 전달하고 권총을 받아오게 한다. 로테는 불안했다.

시동아이에게 당시 로테의 모습을 묻는 베르테르. 변태가 아닐 수 없다. 죄라면, 로테의 아버지에게 하늘에서 죄를 받겠다는 베르테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극단을 향하게 된다.

로테! 당신이 손을 대고 만져서, 거룩하고 정결해진 이 옷을 입은 채로 나는 묻히고 싶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아버지께도 부탁드렸습니다. 내 영혼은 벌써 관 위를 떠돌고 있습니다. 아무도 내 주머니 속을 뒤지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이 분홍색 리본은 내가 처음으로 당신을 만났을 때, 당신이 가슴에 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당신은 어린애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아아, 어린애들에게 천 번이라도 키스를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 불쌍한 친구의 운명을 이야기해 주십시오. 정말 귀여운 어린애들이니까요! 그 아이들은 언제나 내 주위에 몰려 있었습니다. 아아, 나는 얼마나 당신과 긴밀하게 맺어져 있었던가요!

첫 순간부터 나는 당신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리본은 나와 함께 묻어주십시오. 당신은 내 생일날에 그것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런 것들을, 나는 얼마나 갈망하며 모아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아, 이 길이 나를 이리로 이끌어올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혀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진정해 주십시오!

탄환은 재어놓았습니다. 지금 열두시를 치고 있습니다. 자, 그럼 됐습니다. 로테! 로테! 안녕, 안녕!

2권 210p

마지막 유서를 남기듯 이 말과 함께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쏜다. 앉아있던 베르테르는 의자가 넘어지며 뒹군다. 한동안 숨은 계속 붙어있었던 베르테트. 그 순간 어떤 환상에 잠겼을까. 시동아이가 발견하고 의사가 온다. 알베르트와 로테가 뒤늦게 온다. 쓰러지며 뒹굴어 엎드린 채로 끝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된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해제를 읽기 전까지 베르테르라는 인물을 미친 놈 취급했다. 물론, 미친 놈 맞다. 해제에서 설명해준 부분을 읽고 다시 되새겨보니, “미친 놈”이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당시 시대 상을 고려해보면, 베르테르가 선택한 행동이 얼추 이해가 된다.

괴테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자신의 동기가 그녀를 보고 상사병에 시달려 알베르트의 권총을 빌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 이 작품을 쓰게된 이유다. 나만이 그런 감정이 느낀 것이 아니고, 자살한 동기의 감정은 더욱 극단의 상태였을 거란 충격에 2주만에 이 작품을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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