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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 죽음에 대한 언어학자•기호학자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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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읽기 전 참고 사항​

​​- 개인적인 후기일 뿐,

독서 전 반드시 참고할 건 아니니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 너 두고 나 절대로 안 죽어 | 이어령 대화록 1

지은이 : 이어령

엮은이 : 김태완

출판사 : 열림원

출판일 : 2022년 01월 24일

실제로 한국의 농진청에 가봐도 천 년 전 씨앗으로 연꽃을 피워낸 것이 있어요. 생명은 물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물질 위에 기록된 일종의 언어 기호의 의미에서 생겨난 것이란 말이지요.

생명이 정보, 정보가 생명 P.77 중에서..

기호학회를 창설한 그에게 생명은 언어로 보였다. 우리의 몸도 유전자를 기록한 한 권의 책이라고 말했는데 물질이 아닌 언어와 기호의 의미에서 생명이 출발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생명이 자본이다”를 읽었다면 이 의미를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언어는 그 시대의 사람과 많이 닮아있다. 생명과 언어는 뗄 수 없는 사이다. DNA에 각인된 유전적 기제도 넓게 펼쳐봤을 때 해석할 수 있는 언어가 된다. 생물학이 그 일을 하고 있다. 인간이 살아온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점진적으로 자연환경에 맞춰 변화한다고 했다. 살아남기 위해 변종이 된 것이다. 인간도 자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물과 똑같은 존재다. 유전자를 살펴보면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과는 다른 무언가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선악과에서 인간의 지식이, 과학이 출발합니다. 그러나 그 지식 자체가 원죄(原罪)인 것이죠.

질문 7 우리의 죄한 무엇인가? 왜 우리로 하여금 죄를 지게 내 버려 두었는가? 109p 중에서..

 

인간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존재임에도 그 어떤 것도 해내려고 하는 오만함에서 우리의 죄는 시작된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1시간도 채 안되서 걷는 송아지와 다르게 인간은 1년이 걸린다.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기에 누군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이를 세상 밖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 산파가 필요하다.

하나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존재가 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그 위치에 서고자 하려는 생각이 기가차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마음도 바뀌는 불완전한 존재가 절대자가 되고자 하는 것만큼 한심하고 멍청한 짓은 또 없을지 모른다. 인간은 상대적이다. 세월에 많은 것들이 바뀐다.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인간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건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어제는 치킨이 땡겼지만 오늘은 라면을 먹고 싶은 게 사람이다. 절대적일 수 없는 존재인 우리가 신의 영역을 넘보려고 하는 건 자만이다.

인간은 하나님이 흙으로 만든 존재인데 하 나님과 대등한 지능, 지식을 가졌으니까 신처럼 된다? 인간이 만든 AI가, 로봇이 어느 날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인간을 조종하려 든다고 가정해봐요.

111p 중에서..

피조물이 조물주에 대항하려는 건 있을 수가 없다. 영화 아이로봇을 보면 인간의 수발을 들던 로봇들이 인간에게 덤벼든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영화의 소재로 흥미롭게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럴 듯하게 연출해서 우리에게 위기의식을 안겨다 주었지만 걱정할 필요는 사실 없다. 인간처럼 자의식을 가질 수는 없다. 주입된 지식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신에 대항하려는 오만한 짓을 벌이려고 하지만 결코 신이 될 수 없다. 인간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같은 인간을 짓밟고 잔인하게 죽이기도 하는 존재다.

사랑하는 자식 앞에서 사랑을 증명할 수 있 잖아요. 자식을 돈으로 증명할 수 없어요.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와 같은 덕목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돈보다 확고한 데도 사람들은 안 믿고, 돈은 전혀 증명이 불가능한테도 숫자를 믿으려 하죠.

질문2 신은 우주 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P.120 중에서

 

자본주의 시대가 들어서고 돈을 더 믿기 시작했다. “인간은 배신해도 돈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스스로도 알고 있다. 인간은 불완전 존재라는 것을. 때문에 신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어찌됐건 돈이 담긴 가치와 신뢰를 믿으면서 신의 개념은 믿지 않으려 한다.

돈은 지폐나 동전으로 그 실물을 보고 만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처럼 경제가 무너져 화폐가치가 박살이 났다면 천원으로 빵을 살 수 있던 믿음이 무너져버린다. 돈은 믿음을 갖기에는 불완전하다.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신을 믿는 건 확실하다. 신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을 믿는 건 증거다. 사법체계가 갖춰진 나라에서는 증거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믿음은 다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을 말한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불안은 당연한 것이다. 그 당연함을 인정하고 불안을 잠재울 수 있어야 한다. 믿음은 그런 면에서 인간의 불안을 달래준다.

인간은 장례식을 올리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하지요. 네안데르탈인이 원숭이가 아니라 인류 편에 속하는 것은 바로 들의 무덤에서 꽃가루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지요. 어느 원숭이가 매장을 하고 꽃으로 장례를 올리겠어요.

P.70 중에서..

죽음의 의미를 알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장례문화가 있다는 것은 죽음 이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거다. 죽음이 무엇인지 사후세계가 존재하는지는 인간만이 고찰했다. 죽음에 대해 아는 건 오로지 인간과 신 뿐이다. 신은 절대적 존재로 죽지 않는다. 의미를 알 뿐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없다. 반면 인간은 의미를 알고 경험할 수밖에 없다. 죽음에서 오는 인간의 유한한 삶 때문에 인간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고, 평생 모순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죽음이 평생 함께하기 때문이다. 기억하고 추모한다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망각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다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 “그를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반복한다. 인간은 죽기 전까지는 죽음의 개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산다.

총평

술술 읽혔다. 그의 이전 저서들을 읽어서 그랬던 것일지 모르겠다. 이어령 선생의 철학에 공감할 수 있었다면 이 책도 당신에게 소소한 공감과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오랜 시간 무신론자로 살았던 그가 신앙을 갖게 되고 무신론자들이 갖는 신앙심에 대한 의구심과 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한다.

신의 존재를 믿어야 하는 이유가 중간중간 나온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종교적 물음이 담긴 이병철 회장의 질문에 대해 글쟁이로써 재미있게 풀어나간 이 책은 나로 하여금 다시 이어령이라는 인물에 대해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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