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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우리라고 악인이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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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후기일 뿐,
독서 전 반드시 참고할 건 아니니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
: 101 예비경찰대대와 유대인 학살

지은이 :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
번역 : 이진모
출판사 : 책과함께
출판일 : 2010년 08월 20일




서론

홀로코스트, 나치즘은 전체주의의 그릇된 예로 대표적인 표현처럼 사용되어왔다. 그에 관련한 서적들이 쏟아져나왔다. 많은 이들이 이에 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어떠한 이유로 인간을 잔인하게 학살하는데 모두가 행동했는지를 말이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여러 방면에서 살펴보고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은 피해 입장에서 서술되었다. 이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다소 어렵다.

잔인 무도한 행위를 대중들에게 더 와닿게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행위가담자를 설명할 수는 없다. 어떤 상황 때문에 그랬는지 무슨 마음으로 행위에 가담하게 되었는지를 피해입장에서 논한다는 건 비논리적인 설명이 첨언될 수 있고 오류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행위 가담자를 연구한 내용이 담겨있고 그들이 행위에 가담하게 된 전후상황과 입장이 설명되어있다. 특히 나치에 열광한 젊은이들이 아닌 중년으로 구성된 101예비경찰대대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서술한다.

40세 미용사 출신, 담배회사 영업사원, 37세 재봉사 출신 등 평범한 이들이 수만 명이 넘는 유대인을 사살하거나 이송하는 업무에 임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들여다볼 수 있다.








대원들은 이제 마을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을 집결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노동력이 있는 남성들은 별도로 집결되어 노동수용소로 이송되며 다른 유대인들-여성, 노인, 어린이-은 예비경찰대대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되어야 한다. 대원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에 대해 설명한 후 트라프는 특별한 제안을 했다. 나이 많은 선임 대원들 가운데 이 임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1 유제푸프에서의 어느 아침
27p 중에서..

대원들에게 인간적 대우를 제공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유대인 사살임무에서 면제받은 대원도 있다. 나치즘에 깊게 빠지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에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엄청난 일이었을 것이다. 어떤 일이건 일선에 나서는 것만큼 더럽고 힘든 일이 없다. 특히 사살임무는 더욱 그렇다.

면제받은 대원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유대인을 사살한 대원들은 어떻게 그게 가능했던 걸까. 그건 상부의 배려 때문에 가능했다. 대원들을 배려하는 행위를 보여줌으로 당에 충성할 수 있게 만들었다.









1935년 히틀러가 베르사유 조약에 명시된 군축 조항을 공개적으로 파기하고 일반 병역의무를 재도입하면서 이 ‘경찰부대' 는 신속히 증강되는 정규군에 편성되었다.

1 유제푸프에서의 어느 아침
29p 중에서..

경찰부대는 신속히 유대인 학살 임무에 가담되었다. 히틀러는 예비부대를 갖춰놓은 건 모두 이런 계획 때문이었다. 그는 치밀하다. 경찰인원을 증강할 이유가 딱히 없다. 패전국은 경제회복에 힘써야 한다. 망가진 경제를 돌려놓아야 국가가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은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지불해야 했고 마르크의 화폐단위는 종이보다 가치가 없는 쓰레기가 되었다. 히틀러가 느끼기엔 자력으로 경제회복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미래와 같다고 본 것이다. 억울해서라도 전쟁을 다시 일으킬 준비를 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이다. 패전 이후의 독일이 그랬다.

경찰부대를 신설해 많은 인원을 증원하고 신속히 정규군에 편입한 이유는 모든 걸 다시 내놓고 싸워보겠다는 히틀러의 악에 받친 광기 때문이었다.










7월 11일에 316, 322대대를 지휘했던 경찰연대 본부 몬투아 대령은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1. HSSPF의 명령에 따라 (••) 약탈자로 판결된 17세에서 45세까지의 모든 유대인 남자들은 계엄령에 의거해 사형에 처해져야 한다. 사형은 도시, 마을, 주요 도로에서 떨어진 곳에서 집행되어야 한다. 묘지는 순례지가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평토되어야 한다. 사형 현장에 대한 사진촬영이나 구경꾼의 접근은 금지된다. 사형 집행 사실과 묘지의 위치는 알려져서는 안 된다.

2. 대대장과 중대장들은 이 작전에 동원되는 대원들에 대한 정신적 지도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의 정신적 부담은 부대원 저녁 회식을 통해 희석되어야 한다. 나아가 대원들은 이 조치의 정치적 불가피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받아야 한다. *



3 치안경찰과 최종해결 : 1941년 러시아
-41p 중에서..

* YVA, 0-53/129/219 (confidental order of Colonel Montua, July 11, 1941).

대원들을 향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여진 대목이다. 일선에서 직접 유대인을 사살하거나, 수용소로 이송하는 과정을 담당했기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을 받을 거라는 걸 상부도 인지하고 있었다 볼 수 있다.

그들은 더럽고 궂은 일을 맡아야하기 때문에 상부입장에서 본인이 그 일을 맡지 않으려면 어르고 달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대원들에게 술은 충분하게 지급됐다. 그들은 저녁식사는 커녕 술만 마셨다. 눈앞에서 두개골이 날라가고 피가 터져 흩어지는 광경을 계속해서 봐야 했기 때문이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이어지는 잔인하게 죽는 유대인의 모습은 대원들에게 큰 충격이었을 거다.

정부에서는 이들을 세심하게 관리해야만 했다. 유대인 사살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있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대원들을 위로하고 사기를 높여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원들이 다시 비우고라이의 숙소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침통했고, 화가 났고, 괴로워했고, 동요하고 있었다. 그들은 식사는 별로 하지 않고 술만 많이 마셨다. 술은 충분히 지급되었고 많은 대원들은 만취했다. 트라프 소령은 부대를 순회하며 책임은 고위층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대원들을 위로하려 애썼다. (중략)
그러나 낮 동안에 벌어진 일에 대한 의식적인 침묵이 밤에 나타나는 악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유제푸프에서 돌아온 첫날 밤, 어떤 대원은 천장을 향해 마구 총을 쏘면서 잠에서 깨었다.



7 집단 학살의 서막 : 유제푸프 학살
-111p 중에서

총구를 머리에 가까이 대고 처형을 할 때마다 목격한 잔인한 광경은 대원들이 악몽을 꾸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그 어떤 동물도 동족상잔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 그것도 타인이 아닌 내가 그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제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다. 죽이고 싶은 원수도 아니고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이다.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방아쇠를 거리낌없이 당길 수가 없다.








술을 마시지 않았던 한 대원은 “대부분의 다른 대원들은 단지 유대인을 많이 사살했다는 이유로 폭음을 했다. 학살자의 삶은 정말 맨 정신으로는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 라고 술회했다.

9 워마지 : 2중대의 추락
128p 중에서..

*Emst Hr., HW 2723; Joseph P., HW 2749~50; Walter L., G 185; Paul M., G 208.

술에 취해야 고통을 견딜 수 있었다. 전두엽에 있는 신피질은 피로하거나 충격을 받으면 얇아진다. 알코올로 마취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어진다. 폭음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손으로 많은 사람을 쏘고 죽는 모습을 보는 건 불쾌하고 꺼림칙하다.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면 그 일은 견딜 수 없다.






유대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었던 그녀는 근처 마을에 사는 부모 집에서 발견되었다. 브란트 소위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곤혹스러운 양자택일, 즉 자신의 목숨과 딸의 목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는 말을 넘겨주었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총살되었다.*  

14 유대인 사냥
-191p 중에서..

*Friedrich Bm., HW 2102.

살기 위해 딸을 넘겨주는 일. 무엇이 맞는 거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잔인하게 양자택일을 제안한 소위의 태도다. 이는 나치의 입장과 같다. 어찌됐건 죽이겠다는 거다.

갓 태어난 아이와 엄마를 방에 가둬놓고 바닥에 불을 붙여 아이를 지키기 위한 모성애를 실험하겠다고 했던 사례가 떠오른다. 나치는 그랬다. 그렇게 잔인했다.



많은 피험자들은 비록 권위자에게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저항하고 실험을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지시 사항을 자의적으로 피해 가는 방법을 모색했다. 즉 그들이 권위자의 직접 감시 아래 있지 않을 때에는 지시된 것보다 낮은 충격을 가함으로써 권위자를 "속였다". *

18 아주 평범한 사람들
257~258p 중에서..

* Milgram, 32~43, 55-72, 93-97, 113-22.

충성심을 다하는 이가 아니라면 옳지 않다고 느낀 지시에 대해 대부분 불응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 내적 불안 때문이다. 그렇게 할 마음이 없지만 외부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에서 이런 행동이 드러나는 거다.











밀그램은 실험을 통해 도출해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별 어려움 없이 다른 사람을 살해하도록 유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 주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설명으로 동조를 부정하며 복종을 선호한다."*

*Milgram, 113~15



자신이 하는 행동에 설명을 더함으로 상부의 지시에 복종하는 것인데, "우리 독일인이 지금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이유에는 유대인이 있었고, 우리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독일 영토 안에는 유대인이 없어져야 하는 거야" 와 같은 식으로 자신의 행동에 부합하는 설명을 스스로 제시하는 것이다. 동조하는 것이 아닌, 이념적 정당화를 스스로에게 세뇌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인도적인 행위조차도 나를 위해 민족을 위해 그리고 국가를 위해 행하는 것으로 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 한 켠에 존재하는 찝찝함을 지워낼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거다.  






총평

유럽사에서 홀로코스트, 나치는 큰 줄기와 같다. 그 어떤 역사적 기록보다 다가오는 교훈의 크기가 크기 때문이다.

많은 독일인들이 연구하고 있으나, 그 방향은 늘 피해입장이었다. 피해입장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위 가담한 이들의 심리적•환경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깊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행위가담자 입장을 알아보고 파악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 책은 그 첫 시도를 함으로 많은 대중들에게 조금 더 냉철한 시선을 갖게 만들었다. 잔인한 역사가 시작된 이유에는 단순히 나치당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를 추종했던 이들과 방관하던 사람들 그리고 힘이 있음에도 개입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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