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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눈물 한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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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읽기 전 참고 사항

- 개인적인 후기일 뿐,
독서 전 반드시 참고할 건 아니니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지은이 : 이어령
출판사 : 김영사  
출판일 : 2022-06-30






작년 2월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 힘이 닿는 순간까지 콘텐츠를 만든 진정한 크리에이터였다. 이 책은 19년도부터 22년 1월까지 적어놓은 글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암투병 시기부터 떠나는 순간까지의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사후에 출판된 저서다. 그가 느꼈을 고통에 대한 생각과 그 연장선상에 놓인 죽음에 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

서문 중에서..

이 책의 제목이 눈물 한 방울인 이유가 서문에서 등장한다. 정서적 눈물은 오직 인간만이 흘릴 수 있으며, 이는 어떤 것과도 대체될 수 없다고 말했다. 토리노에서 말을 껴안고 울던 니체, 길거리에 병들고 늙어 죽어가는 이를 보며 눈물을 흘린 석가모니.

사랑이 담긴 눈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행위라고 표현했다. 나를 위해 흘리는 눈물은 부끄러운 것이지만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말했다. 눈물은 그런 것이다. 인간이 인간과 함께할 수 있게 만들고 사랑을 키워낸다.











‘눈물 한 방울‘ 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가 생애 끝자락에서 느낀 감정을 하나의 표현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피를 흘려 혁명을 만들었고, 땀을 흘려 경제 부흥을 이뤄냈지만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는 못했다. 인간은 짧은 시간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세웠지만 박애주의를 일구지는 못했다.

함께 사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망각한 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굴레 속에서 우리는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왔다. 나를 돌보지도 못할 만큼 정신없이 보내고 타인에 대한 감정은 메마른 채 세상 분위기는 점점 건조해졌다.









저자는 사랑의 의미를 화폐에서도 찾았다. 돈을 쓴다는 건 그만큼 상대를 생각한다는 의미라는 거다. 돈에는 신뢰가 담겨있다. 언제든 원하는 걸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들어있다. 상대가 좋아하는 물건 또는 음식으로도 바꿀 수 있기에 돈을 그런 곳에 쓴다는 건 상대를 그만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진 행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기 위해서 때로는 돈을 써야한다. 돈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에서 가벼워지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던 이어령 선생. 투병 기간 동안 찾아오던 고통은 그를 더 바쁘게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게 만들었다. 그 표현들이 저서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20년도 기록을 보면 죽음을 이야기 하는 글귀가 많이 담겨져 있다.

죽음을 알기에 인간은 슬픈 존재라고 말했던 그를 떠올려보면 그도 인간이었다. 하루가 죽고 다시 하루가 깨어난다. 끝자락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반복되는 하루의 생과 사는 더욱 그를 고뇌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런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오늘이 죽으면 또다른 내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또 같은 하루가 아니고 새로운 날이라는 것을 망각한다. 매일매일 우리는 죽어간다.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조용히 말이다.










하나님 제가 죽음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까닭은 저에게는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걱정거리가 있었다. 읽지 않은 책들이 눈에 아른거리고, 읽었던 책도 다시 읽어야한다는 걱정. 죽음이 하루씩 다가오면서 그에겐 그것들이 아쉬움이 되었다. 이어령 선생은 크리에이터 그 자체였다. 콘텐츠가 걱정이 되었다. 소비해야 할 콘텐츠, 생산해야할 콘텐츠들이 수북이 쌓여있는데 그럴 수가 없는 현실이 두려웠던 것이다.







21년 마지막 글에는 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두 편의 글을 더 남기고 이 책은 끝이 난다. 죽음을 알지만 언제일지 모른다. 이어령 선생에게도 죽음은 그런 존재였다. 약속 없이 찾아오는 옆집 이웃같은..

공동체 사회에선 옆집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죽음도 함께 아파했다. 집에서 가족장을 치르고 유족이 직접 염습을 해 집 근처 산에 매장을 했다. 과거 우리에겐 죽음은 가까이 있는 존재였다. 언제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았던, 또 그 죽음은 우리가 사는 곳 근처에 함께 머물렀다.



그의 저서를 읽으며 다시 한번 죽음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죽음의 문턱에 서있던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총평
죽음은 마지막인데도 그것을 나타내는 말은 겨우 시드는 것, 가라앉는 것, 힘이 빠지고 가물거리는 것, 아무리 찾아봐도 극적인 말이 없다.

2020.06.27 이제 정말 떠날 때가 되었나 보다… 중에서


자신은 에고이스트였다고 말한 이어령 선생.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기에 글을 계속 쓰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 죽음은 말문을 턱 막히게 하는 유일한 단어이지 않았을까. 어떤 말을 더해서라도 죽음을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 어떤 말로도 나타낼 수 없었다.

나약하고 연약한 우리는 더 사랑해야 한다. 죽음 앞에 덧없어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추억할 수 있어야 된다. 가물거리는 시기가 오지만 그 안에서도 살아있는 기억이 분명 있다. 죽음은 우리의 기억까지는 죽일 수 없다. 추억까지 앗아갈 수는 없다.

추억이 담긴 나의 메모리가 죽음과 함께 로그아웃이 된다고 하더라도 함께했던 이들에게는 아직 남아있다. 어떤 의미가 되었건 저마다의 가치와 의미가 담겨져 소중한 기억으로 음미할 수 있는 추억으로 삶의 의미를 되새길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그럴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일 것이다. 크리에이터로써, 예술가로써 많은 대중에게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되었다. 창작의 직업을 가진 이들은 그것에 충실해야 한다. 이어령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죽음을 고찰할 수 있는 이 책은 조금 더 그의 마음과 생각을 추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성과 논리로 가득했던 그가 남긴 글은 죽음이란 존재가 어떠한 변화를 주는지 알 수 있다. ‘눈물 한 방울’은 그의 감성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도서다.




[독후감] 축소지향의 일본인 : 축소의 논리로 해석한 일본인론 | 일본인의 성향을 쉽게 풀어낸 이어령 선생의 작품 - https://jwny.tistory.com/m/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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