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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16강의 인생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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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읽기 전 참고 사항​

​- 개인적인 후기일 뿐,
독서 전 반드시 참고할 건 아니니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저자 : 김지수 | 이어령
출판사 : 열림원  
출판일 : 2021.10.28



올해 2월에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 끝까지 크리에이터로서 살고자 했던 그 마음가짐은 어디서 나올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생각과 철학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다. 철학을, 삶을 논하는 16강의 수업.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한 나에게 많은 것을 전해준 다이나믹한 느낌의 도서다.

문학, 사회, 철학 두루두루 배움을 쌓았던 지식인. 요즘에서야 넓은 지식이 통용되는 분위기였지만, 당시에는 깊은 지식을 요구했던 시대였음에도 이어령 선생은 여러 학문에 관심이 많았다. 오랜 시간 쌓아온 다양한 분야의 그의 생각을 읽어나갈 수 있음에 독서가 재밌다.


올해 2월에 읽고서는 독후감을 이제야 남긴다.







옛날에는 무거워지는 걸 걱정했는데 지금은 가벼워지는 게 걱정이야.
- 3장 진실의 반대말은 망각 중에서

가벼워진다는 것. 삶이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체감하는 기분이 들 지도 모르겠다. 죽음에 대한 인식이 점점 멀어지는 듯한 요즘, 저자는 변화된 장례방식으로 죽음이란 개념을 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집에서 가족장을 치르며 차가워진 피부를 손수 닦고 집 앞 산에 묻던 지난 날과 이젠 다르다. 불에 태워 한줌 재가 되어 보관함에 담겨져 서랍에 안치되는 요즘 죽음이 가려졌다.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걸 모른 채 살았다는 것이다.

거짓을 경계할 것이 아니라 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은폐가 곧 거짓이라며.









“내 강의에 영감을 받고 내 글을 사랑해줬지만, 스승의 날 나에게 꽃을 들고 찾아오고 싶다는 친밀감은 못 주었던 모양이야.”

- 4장 그래서 외로웠네. 중에서..


이어령 선생은 크리에이터의 삶을 살아왔다. 위 문장에서 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에겐 고독은 동반자와 같다. 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만의 시간에 빠져야 한다. 고독은 당연한 감정이다. 내 안은 나로 가득차야만 한다. 그는 그랬다. 그러다보니 타인에게 온유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는 시니컬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외로웠네” 이 말 한마디에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타인에게 존경은 들을 수는 있었지만 사랑은 받지 못했다는 그의 말에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고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이지만, 그 감정을 때때로 망각하고 산다. 친구, 연인, 지인, 직장동료, 가족 나와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에 망각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생각을 다루는 인지론, 실천을 다루는 행위론, 표현을 다루는 판단론. 인간으로 풍부하게 누리고 살아가려면 이 세 가지 영역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네.”
- 7장 파 뿌리의 지옥, 파 뿌리의 천국 중에서

참인가 거짓인가의 인지론, 악한가 선한가의 행위론, 아름다움과 추함의 표현론. 인간은 제한적인 삶을 살기에 대부분 지엽적인 사고를 갖는다. 지엽적인 사고 때문에 우리는 저자가 말한 이 세 가지를 구분하려 하지 않는다.



인간은 참인가 거짓인가.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이 두 가지의 질문은 다르다는 것이다. 참과 거짓은 생각에서 도출되고 선악은 행위에서 드러난다. 아름다움은 개인적인 느낌이다.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즉, 아름다움을 느끼는 과정은 실재하는 것에 감각적인 영향을 받아서 머릿속 관념으로 나타나는 거다.



이 세 가지가 다르기에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말한 그의 말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 적절하게 머물러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논리와 이성으로 지배되어서도, 감각과 감성에 지배되어서도 안 된다고.







“럭셔리한 삶 ••••• 나는 소유로 럭셔리를 판단하지 않아.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럭셔리지.”
- 8장 죽음의 자리는 낭떠러지가 아니라 고향 중에서…


크리에이터인 이어령 선생은 잘 짜여진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람이 부유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다르다. 개개인의 삶이 다르기에 특별하다. 겪는 경험도 지식도 생각도 천차만별이기에 만들어지는 콘텐츠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안에 콘텐츠가 없다면 빈껍데기와 같은 것이다.



내 안을 채우고 다시 꺼내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곧 내가 된다. 내가 될 때 내 삶은 가치가 생긴다. 그래서 크리에이터의 마인드를 갖고 살아야 한다. 이어령 선생은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채우기 위해 관심을 가졌고, 관심을 가지니 관찰을 하게 되었다고.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려면 고독해야 한다. 크리에이터의 삶이 고독할 수밖에 없는 게 이 때문이다.








총평

우리 모두는 크리에이터다. 각자 콘텐츠를 갖고 있다. 그 콘텐츠를 어떻게 연결하고 틀을 만들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의 삶을 이야기 할 것인가.

크리에이터 마인드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오랜 시간 그는 쉬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었다. 몸이 아픈 순간에도 그랬다. 이 책이 그렇다.

무엇때문에 그는 창작자의 마음가짐을 갖고 계속 삶을 살았던 것일까. 삶은 끝나면 사라지는 것이기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얘기하고 표현하고 덧없는 삶은 이렇다 말하고 싶던 것은 아닐까. “내 삶은 이러했다.” 이 한 마디를 위해 수많은 이야기들을 근거로 제시한 거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오랜 시간 그의 배움을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별 생각 없이 구매한 책이었지만 뜻깊은 감정을 선사해준 이 책은 내겐 좋은 인연이었다.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책을 읽어볼 사람이 있을 수 있기에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절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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