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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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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읽었던 책이었다. 따로 적어두었던 나의 느낌을 오랜만에 여기 적는다.





임진년 시작된 전쟁은 많은 것들을 소멸하게 했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아들. 사랑하는 연인. 나를 규정하는 수많은 관계를 끊어내야 했다. 전쟁에선 죽이는 자, 죽는 자 둘밖에 없다. 전쟁은 국가적 재난인만큼 국가에서 착출되는 배와 군인은 국가에 귀속된다. 그렇기에 자유는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도망치다 체포되면 목숨을 잃는다. 징병을 거부해도 마찬가지이다. 몇몇 사람들은 그 자유를 위해 국가의 부름을 거절하고 도주하다 삶 자체를 잃어버린다.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는 일이기 때문에 그들을 풀어줄 수가 없다.



국가를 기만하고 임금을 기만한 죄로 직위를 박탈시켰다. 그런 죄인에게 임금은 패전했다는 소식이 들리니 죄인을 석방시킨다. 나(이순신)는 그런 임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장수로서 칼을 다루는 직업을 가졌다. 나를 지키기 위해,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적을 죽여야 한다. 그래서 수없이 고뇌했고 또 고뇌했다. 최선을 다한다고 내가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타깝지만 죽을 수도 있다. 국가와 백성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직업적 소양을 다해야 한다.

임금을 지키고 또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은 직업적 의무이다. 때문에 적을 죽이고 승전보를 울려도 임금의 말 한마디면 옥에 갇혀야 했다.



옥에 갇히기 전 나는 새 담당자에게 군함 수와 병력,군량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넘겨주고 떠났다. 그러나 그는 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적과 싸웠다. 옥에 있을 때 들려온 소식은 적에게 모든 군함이 파괴되었고 군량마저 모조리 뺏겼다. 지휘관이었던 원균은 산으로 도망가다 적에게 사살되었다.



비참한 소식을 들은 임금은 나를 다시 풀어주었다. 자신이 곧 왜놈들에게 죽을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불안감에 나를 석방시킴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목적이다. 옥에 갇히기 전 전쟁에서 맞은 적의 탄환이 왼쪽 어깨에 박혀있어 무더운 여름엔 진물이 났다. 체포되어 한양으로 압송되었을 때는 곤장과 고문으로 인해 허리와 하체에 후유증이 남았다. 이 두 개의 상처는 내 몸에 임금과 적의 공존을 이루게 했다. 매일 밤 꿈에 죽은 아들이 나타나 검을 찾아달라 말하며 괴로움에 시달렸다. 밤이 되어 옷을 갈아입고 잠을 청하면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은 채 새벽에 각몽했다.

명나라는 군사지원을 보내지만 전투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않고 조선에 머무르며 먹고 마셨다. 일본군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 후에 철수할 것을 명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군신관계인 조선과의 유대를 해치는 일본을 토벌하려는 것이다. 그들의 함대와 보병들은 조선의 지리를 잘 알지 못하기에 전쟁에 쓸모없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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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32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무과에 합격하여 군인으로서의 신분을 살아왔다. 200년 가까이 전쟁이 없었던 조선이기에 이순신은 실전경험이 없었다. 갑작스런 왜의 침입으로 인해 나라는 혼란에 빠졌고 백성들은 왜놈들에게 약탈당하고 도살당했다. 두려움에 빠진 백성들은 국가의 징병을 거부하고 도망가는 일이 허다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 역시 여자와 행복을 찾기 위해 도망가다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그럴때면 이순신은 나라의 기강을 잡기 위해 냉정하게 그들을 베었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상대로 싸워야 했으며, 그가 죽이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상대의 수하들이었다. 조선이라는 나라에 피해를 주는 이들은 가차없이 베어나갔다. 그가 죽인 사람들이 많아서였을까 그는 불면에 빠져있을 때가 많았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적의 총탄으로 인해서, 임금의 모진 고문에 의해서 , 죽은 아들이 마음속에 걸려서 여러 이유들이 그를 괴롭혔다. 국가의 명령에 복종하고 실행했을 뿐인데 돌아오는 것은 보상이 아닌 징벌과 같은 것들이었다. 백의종군 하던 중엔 모친이 돌아가셨으며 다시 찾은 군대엔 12척의 배와 살아남은 군졸 뿐이었다.



모든 것들이 그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그래서 그런 것인지 하늘이 그에게 초능력을 준 것처럼 기적을 보였다. 군인 답게 선상에서 적의 총탄에 순직하셨다. 부조리한 것에 저항하지 않은 그의 모습은 너무도 우직하셨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본받아야할 것이다. 이런 모습은 위인으로서 후대의 우리에게 귀감되는 모습이다.



이순신은 위인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었다. 전쟁이라는 이유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무너뜨렸다. 아들은 적의 칼에 맞아 부모보다 먼저 하늘을 떠났다. 또한 모친의 장례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쟁이라는 것이 그에게 절망을 주고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이순신도 사람이었다.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밤마다 죽은 아들과 여진이라는 여인을 꿈꾸며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임금에게 충을 다했으나 기만했다는 죄를 붙여 이순신을 고문을 하기까지 했다. 신하의 입장에서 정신적, 물질적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인 임금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곧 죽음이다. 이순신에겐 적을 베는 칼 외에는 기댈 곳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적장을 생각하며 달려오는 적들을 수없이 죽여야했고, 죽은 아들과 같은 또래인 적들의 머리를 베기도 해야했다. 적에게 붙잡혀 적군의 함대를 노저어 오는 조선 백성들을 죽여야 했다. 힘 없는 백성은 이순신에게 안전을 기댔다. 일반 사람에겐 견딜 수 없는 너무도 무거운 짐을 이순신은 짊어졌다.



그도 무서움을 느꼈을 것이다. 적탄에 맞았을 때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단순한 죽음의 대한 공포가 아니라 삶이 끝나고 더이상 적을 죽이지 못해 백성들이 죽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 그들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공포. 적에게 빼앗겨 나의 고향에 묻힐 수 없을 지도 모를 두려움. 복잡한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실전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차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모습을 통해 영웅적인 그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책에선 전장에서의 승리를 이끈 모습들만 비추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짊어지지 못할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죽는 날도 전장에서 죽기를 각오한 그의 마음가짐까지 영웅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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