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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도서리뷰] 파우스트2 /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릴 때 비로소 인간을 초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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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읽기 전 참고 사항​​

​​- 개인적인 후기일 뿐,

독서 전 반드시 참고할 건 아니니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

-책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파우스트 2
: 세계문학전집 22

저자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번역 : 정서웅

출판사 : 민음사

출판일 : 1999년 03월 20일

 

 

지혜 : 인간의 가장 큰 적 두 가지

공포와 희망을 사슬에 묶어,

군중에게서 떼어놓으련다 ___

길을 비켜라! ____

그대들은 구원되었다.

비극 제2부 제1막 곁방들이 딸린 넓은 홀 51p

공포는 불안을 낳고, 희망은 미련을 만든다. 불안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희망이 낳은 미련은 냉철함을 희석시킨다. 때문에 적절한 판단이 어렵다. 이 두 가지는 인간의 이성을 뒤흔드는 감정이다. 놓아야할 것을 희망이란 감정 때문에 놓지 못하는 미련함. 도전해야할 것을 공포라는 감정 때문에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주저하는 것.

이 때문에 우리는 기회비용이 높고 낮음을 쉬이 구분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언가 명예스런 일이 이루어지면, 당장 화가 나서 못 견디겠단 말이야.

깊은 건 높다고, 높은 건 깊다고, 굽은 건 곧다고, 곧은 건 굽다고 그렇게 말해야만 속이 후련하거든.

이 세상 어디서나 그러고 싶단 말이야.

-초일로 테르시테스

비극 제2부 제1막 곁방들이 딸린 넓은 홀 52p

곱추의 모습을 가면으로 한 메피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인간이 가진 내면의 또다른 마음이다. 괜한 시기심이 인간을 자극한다. 멋진 삶을 사는 이들을 보며 질투와 시기를 느끼는 것이 인간이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그렇다.

연예인에게 근거없는 소문과 함께 도넘은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을 보면 우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치인의 좋은 의도로 시행한 정책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억지스런 말로 맹비난하기도 한다. 잘한 건 잘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속좁은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메피스토텔레스가 왜 초일로 테르시테스라는 가면을 쓰고 저 말을 내뱉었던 걸까.

본모습을 드러낸 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좋아한다고 말을 못하고 장난만 치고 못생겼다고 놀리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파우스트

그러나 난 경직된 상태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놀라움이란 인간의 감정 중 최상의 것이니까.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지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보아야, 진정 거대한 걸 깊이 느끼리라.

비극 제2부 제1막 어두운복도 89p

괴테는 놀라움이란 감정이 인간이 느끼는 가장 고귀한 것으로 보았다. 특히 신비로움을 마주하며 느낄 때의 놀라움을 높게 평가했다.

인간은 오만하다. 집단화를 이루고 빠른 진보를 이뤄낸 탓에, 대단한 존재라는 인식이 무의식 중에 있다. 같은 인간끼리도 서열을 나누고 계급을 만들어 하대하고 경계한다. 이런 인간이 겸손해질 수 있는 건 자신보다 위대한 사람을 만났을 때 혹은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신비로운 것을 마주했을 때다.

괴테는 놀라움이란 감정이 인간이 발전할 수 있는 강한 동기를 준다고 보았다.

 

 

 

 

 

헬레나
제 삶은 끝났지만 새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낯선 당신에게 정성을 바쳐 하나가 된 것 같아요.​

파우스트

한 번뿐인 운명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지 마십시오. 존재한다는 건 의무입니다. 비록 순간적일지라도.
비극 제2부 제3막 성채의 안마당 254p

 

 

 

 

 

헬레나

인간다운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사랑이 고귀한 두 사람을 가깝게 하지만,
신과 같은 기쁨을 맛보기 위해선 사랑이 귀중한 세 사람을 만들어놓아요.​

파우스트
그것으로 모든 게 갖추어졌소.
나는 당신의 것, 당신은 나의 것.
이렇게 우리 인연을 맺었으니 결코 변해서는 안 되겠소!
비극 제2부 제3막 그늘진 숲속 269p

젊음을 얻은 대가는 불안과 방황이다. 1권에서 파우스트는 젊어진 대가로 사랑에 빠졌다. 그레트헨을 쾌락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그녀의 순수한 사랑에 파우스트는 빠져들고 쾌락이 아닌 사랑을 하게 된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텔레스와의 계약은 쾌락적 삶과 영혼교환을 내용으로 한 구두합의다.

그런데, 파우스트는 쾌락이 아닌 사랑을 하게 되었고 메피스토텔레스는 괘씸한 마음에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을 농간한다. 파우스트로 하여금 그레트헨의 오빠를 죽이게 하고, 그레트헨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게 만든 것이다.

1편에서는 파우스트가 도덕적 고민에 빠지면서도 사랑에 대한 열렬한 감정을 느꼈다면, 2편에서는 차분한 감정으로 이어진다. 성숙해진 면모가 드러난다. 헬레나의 말에 차분히 사랑에 대해 표현하는 파우스트. 아들 오이포리온의 탄생으로 진정한 사랑을 몸소 느꼈던 파우스트.

오이포리온이 날다가 추락한다. 이카루스처럼 죽게 된 것이다. 그렇게 환영이었던 헬레나도 사라지며 다시 자연상태가 된 파우스트. 다시 한번 욕망과 즐거움을 주겠다는 메피스토텔레스의 제안에도 파우스트는 거절한다.

더이상 행복이 쾌락과 즐거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달은 파우스트. 황제의 명에 따라 해안지대를 개간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한다.

 

 

 

 

 

 

 

파우스트

저 산줄기에 늪이 하나 있어

이미 개간한 땅에 독기를 뿜고 있다.

그 썩은 웅덩이의 물을 빼는 것이 마지막이자 최대의 공사가 되리라.

이로써 수백만에게 땅을 마련해 주는 것이니,

안전치는 않더라도 자유롭게 일하며 살 수 있으리

들이 푸르고 비옥하니,

인간과 가축들은 새로운 땅에 곧 정이 들 것이요,

용감하고 근면한 백성들이 쌓아올린 견고한 언덕으로 곧 이주해 오리라.

밖에선 성난 파도가 제방을 때린다 해도,

여기 안쪽은 천국 같은 땅이 될 거야.

파도가 세차게 밀려와 제방을 갉아먹는다 해도 협동하는 마음, 급히 구멍을 막아버릴 게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얻을 자격이 있는 것이나.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이더라도 여기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중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비극 제2부 제5막 궁전의 넓은 앞마당 363p

젊음과 함께 느꼈던 모든 감정들 이후로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안지대를 비옥한 땅으로 만드는 파우스트. 개간작업에 몰두하며 이후의 모습을 상상한다. 무언가를 깨달은 파우스트에게는 그것이 행복이다. 이 말과 함께 파우스트는 쓰러지고 메피스토텔레스는 계약을 이행하려 그의 영혼을 빼앗으려 한다.

하지만 그레트헨의 은총으로 파우스트의 영혼이 구원받아 승천하게 되며 메피스토텔레스는 영혼을 빼앗지 못하게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악마의 농간이었으나 어찌됐건 자신의 아버지를 직접 죽인 그레트헨은 자신의 벌을 받겠다고 감옥에 남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오빠를 죽인 파우스트를 용서한다. 이 마음이 하늘의 은총을 받게 되었고 파우스트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총평

쾌락과 즐거움에는 선과 악이 나뉘어져있지 않다. 때문에 악에 빠질 수도 있다. 파우스트는 악마와의 계약으로 혼돈에 빠진 채 세월을 보냈다. 그 과정 속에서도 진정한 사랑을 배웠고, 기쁨을 알았다. 이후의 삶을 내가 중심이 아닌 타인의 삶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파우스트는 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나 한계에 부딪힌 인물이다. 때문에 그 위치에 오르기 위해 마녀의 영약을 먹었다. 그 대가로 깊은 방황 속에 헤매였지만 중심을 다잡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던 인물이다. 헬레나는 환영이었고, 통치자가 되었으나 이 또한 악마의 도움이었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오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되고, 관계없는 타인을 향한 헌신적 사랑으로 악마와의 계약에서 벗어나게 된다.

결국 우리는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리거나 헌신할 때 비로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어령 선생이 말했던 눈물은 파우스트의 내용과 뜻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건 오로지 인간 뿐이다. 인류애를 갖추지 못하면 인류의 앞날은 어두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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